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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학생수필]행복은 결과 너머의 과정의 가치이기에_김지현(19 사학)

무의식적으로 지켜온 일상들의 힘

김지현(19 사학)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대다수는 비효율적인 것들로부터 나온다. 이를테면 후덥지근한 여름 멀고 먼 산길을 올라 마주친 정상의 절경, 칼바람이 부는 한 겨울날 긴 줄을 기다려 맛본 붕어빵, 소중한 휴일 내내 만든 한 접시의 요리와 같은 것들. 하지만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그 누구도 의미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올해 상반기 나의 비효율은 중도 휴학이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연초까지의 인턴 생활을 막 마친 나는, 준비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왠지 모를 다급함에 스스로를 학교로 들이밀었다. 졸업 논문을 위한 리서치가 아무 진척 없이 늘어지고 있던 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중도 휴학이 가능했던 마지막 날에 휴학 신청을 누르고 노트북을 닫았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되는 시간을 날렸다는 생각과 어쩐지 나 자신에게 진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 마음 한구석이 쿡쿡 찔렸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때를 돌아보면, 휴학 전 아등바등 지냈던 순간들이 휴학 생활을 더 밀도 있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은 계속 눈에 밟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일지라도 혼자 여러 방면으로 고뇌하던 그때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나는 캠퍼스에서 학기에 맞춰 수업을 듣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또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휴학을 한 후 배워보고 싶었던 악기를 배워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해보았고 소소하지만 정기적인 교내 독서 모임을 통해 잊고 있었던 책의 즐거움을 상기하는 기회도 가져보았다.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껴 공부를 시작한 학문으로서, 분명 스물셋의 나에게 진귀한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만한 것들이었다. 나에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일 뿐이었지만 제주의 한 카페에서 바람 따라 흩날리는 벚꽃잎을 아무 근심 없이 바라보던 호사는 생의 끝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게 있어 행복은 결과를 뛰어넘는 과정의 가치이기에 이처럼 하루하루 정말 마음껏 행복했고, 또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소중히 지키다 보니, 언제부턴가 무의식적으로 지켜온 그 일상들이 오히려 이제는 나를 견고히 지켜주는 것 같다. 다음 학기에 학교로 돌아가면 해야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지금보다 훨씬 자주 갈등하고 후회도 할 것이다. 이처럼 파도와 같은 날들 속에서 내가 어디로 휩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온전한 휴학 생활에서 내가 깔아둔 행복의 조각들은 모래바닥 속 조개껍데기처럼 늘 그 자리에 있어줄 것임을 알기에, 이제 어디로든 헤엄쳐 갈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꽤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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