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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학생수필]어떻게든 사랑하고야 말 당신이라면_이예진(19 컬처엔테크놀로지)

느리지만 너그러운 사랑이 필요한 시대

이예진(19 컬처엔테크놀로지)

 

 

여름이 오고 있다. 폐부가 간질거리는 봄이 지나서도 사람은 사랑을 한다. 사실은 평생에 걸쳐, 매순간 누군가 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울컥 거리는 핏덩이 속에서 손을 내어 자신을 건져낸 부모가, 그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을 맞댄 형제·자매가, 세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인연이 심장을 지그시 밟고 지나가면, 그로 인해 모질게 시큰거리는 심장이 박동한다. 사랑은 서로 간에 실로 연결된 종이컵을 가슴에 댄 것처럼 여럿이 하나가 되어 감정을 공유하게 한다. 나의 벗이 슬프면 나 또한 침울에 빠지고, 가족에게 기쁜 일이 있다면 함께 그 행복을 나누는 희로애락, 그것이 사랑이다. 혀끝에 닿으면 달콤하게 퍼지는 감정만을 사랑이라고 일컫기에는 너무 단편적 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이것에는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감정과 기억의 전달이 실패하는 경우다. 예전에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소식을 전하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그와 조금 결이 다른 원인들로 인해 사이를 연결하는 실이 끊어지기도 한다. 아날로그를 떠나 네모난 화면의 불빛을 톡톡 두드리면 얼마든지 전할 수 있는 문장은 오히려 너무나도 쉽게 전달되기 때문에 수신자와 발신자 간의 보다 깊은 관계성이나 목적성을 요구한다.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감정에 대한 텍스트를 길게 적어 내려가는 것보다 일상적인 짤막한 대화가 주로 오간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3줄 이상 안 읽음’이라는 문구가 자주 쓰이는 이유로, 직접 손으로 편지를 쓰는 계절이 저물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장 마다 단어 하나씩 곱씹어 의미를 해석하는 시간은 상대의 진의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정성스럽게 플레이팅된 메시지를 먹는 것처럼, 상대가 식사를 준비한만큼 천천히 삼키며 즐기는 느리지만 너그러운 사랑. 그런 사랑을 파는 식당이 이 시대에는 더 필요하다. 음악에 사람이 묻듯, 편지 또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에 음성을 입히기에.

 

가정의 달이다. 바쁘다는 핑계와 부끄럽다는 속내로 서로를 스쳐 지나던 일상이었지만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손편지로 나의 감정과 기억을 담아 전하기로 하자. 말과 글로 전하지 않는 사랑의 색은 보이지 않는다. 진정으로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 다각형의 사랑의 면을 비추어보며 색을 입혀 나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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