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주(19 사학)
‘유학’이라고 하면 보통 해외 유학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조금은 다른 유학, 산촌유학 경험자다. 서울 도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나는 시골 생활을 경험할 일이 드물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께서 ‘촌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의 참가를 권유하셨다. ‘촌 스테이’는 도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산촌 주민의 집에서 생활하며 학교까지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에는 집을 떠나, 핸드폰도 없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한 달 동안 다른 학교를 다녀야 한다니... 그곳에서의 적응도, 돌아와서 다시 원래 학교에서의 생활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11살치고 꽤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3살의 지금, 그때의 결정이 지금의 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0년, 도시의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한 달 동안 울산 울주군에 있는 소호분교를 다녔다. 소호분교는 전교생이 30명 남짓이었다. 소호마을 아이들은 10명의 타 도시의 새로운 친구들이 한 달간 온다고 하니 열렬히 우리들을 환영해주었다.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체육 시간이었다. 팀 대항전 등 단체 종목을 위해서는 전교생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든 학년이 같은 시간에 체육 수업을 진행했다. 그때 대세는 발야구였는데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 온종일 발야구만 한 날도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들의 로망 ‘하루 종일 체육하기’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도시에서 학교 다닐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상이 되던 날들이었다.
2023년 현재, 교직 이수 과정을 병행하는 나에게 소호분교는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다. 공교육 개혁을 위해 대안교육의 성과를 제도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늘 시도되어왔다. 그러나 결국은 성적, 수치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는 손쉽게 퇴색되고 말았다. 소호분교와 같은 산촌유학의 작은 학교들은 단순한 수업보다 체험학습을 많이 활용한다. 특히 생태적인 가치나 환경교육에 중심을 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외에는 수업 종이나 쉬는 시간 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작은 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당시에는 작은 학교라 특이하구나, 하고 넘겼던 부분들이 그곳 선생님들의 치열한 고민과 연구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작고 느리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소호산촌유학센터 인터넷 카페에 방문해보았다. 감사하게도 2010년의 기록이 아직 남아 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기억을 중심 삼아 급변하는 도시에서 나만의 삶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