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19 국문)
2월 21일 월요일, 개강일을 맞아 학교에 다녀왔다. 아주 오래간만의 학교였다. 솔직히 고백하면 또다시 시작될 학기가 줄 피로감을 예상하며 푹푹 쳐져 있었다. 지난주에 비해 갑자기 공기는 쌀쌀해졌고 이따금 눈바람이 몰아쳤다. 얼굴에 부딪히는 찬바람에 몸을 옴츠리며 수선관을 내려오던 나는 캠퍼스를 내려다보며 생경한 감각을 받았다. 경영관 로비와 금잔디 광장에 학생 단체 부스가 가득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청금복을 입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촬영 부스 앞에서 긴 줄을 섰다. 동아리 부스를 운영하는 학생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설명을 제공하고 있었다. 학교에 갓 입학했던 19년 이후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사람으로 붐비는 금잔디 광장을 보는데 괜히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졌다.
그 모습은 지난 2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반추하게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그간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장려해왔다. 노트북 속의 화면은 작은 강의실이 되었고, 나는 카페를 밥 먹듯이 들락날락했다.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굳센 의지는 익숙한 공간 속에서 부드러운 젤리처럼 용해되어 갔다. 어쩐지 내가 일상에 대한 긴장을 상실한 것 같다는 느낌은 부정할 길이 없어 보였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던 1학년 시절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수업 하나가 끝날 때마다 건물이 학생들을 울컥울컥 토해내던 경관 역시도... 간혹 어쩌다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었지만 아주 적은 인원만이 건물 앞을 배회할 뿐이었다. 그렇게 이제 나는 4학년을 맞이했다.
그렇다고 온라인 강의와 그간의 경험이 전부 무용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배움이라는 목적과 행위는 땅에 발 딛고 선 건물을 넘어서서 온라인 공간에서도 연속되고 있다. 그동안 나는 정치외교학과의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이것 역시도 부정될 수 없는 나의 소중한 경험이다. 저번 학기에는 정치외교학과에서 다루는 내용들의 스펙트럼에 대해 전반적인 범위 내에서 접했다. 세계 주요 각국의 제도를 개괄적으로 훑어보기도 했고, 아예 특정한 국가 하나를 지정해 그 안의 내구도를 평가하는 시각을 공유받았다. 부분들의 합이 언제나 전체가 아니라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은 노트에 적어둔 그대로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정치외교학과는 같은 인문사회 캠퍼스에 소속된 학과이지만 국어국문학과와는 인상이 조금 달랐다. 국어국문학과 강의 시간에 하는 토론은 상대성의 심연을 향해 나아간다면, 이 학과의 학생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로 그 점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경험이 나의 인식을 새로이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