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경(19 글로벌경영)
나는 매일 스케줄표에 적힌 대로 하루를 보낸다. 친구는 그렇게 하면 귀찮고 피곤하지 않냐고 묻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더 스트레스였다. 성인이 되고부터 이런 습관이 내 안에 더욱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매일 누군가 정해준 시간표와 누군가 정해준 진로를 따라야만 했던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모든 일에 있어 철저하게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삶이 펼쳐진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옆에서 알려주지 않기에, 무엇이라도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중압감이 생겼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가운데 어느 순간부터 무엇인지 모를 약간의 우울감이 생겼다. 분명히 예전에는 스케줄대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면 내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는데 그것도 하기 싫었다.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밥 먹기도 싫은 나날이 반복됐다. 아마 미래에 대한 걱정과 혹여 지금 뒤처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불안감이 알게 모르게 내 안을 지배했던 것 같다. 내가 그러한 상태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기계처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마치고 양치를 하며 무심코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그날따라 유독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았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계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울에 비친 그때 나의 얼굴에는 밝고 좋은 기운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유독 묵직하게 와닿았다. 양치를 마무리하고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 순간 묘하게 행복감이 들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다. ‘억지든 뭐든 이렇게 미소 지으면 되는 거야. 자신을 위해 미소를 지어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그 이후부터 신기하게도 내 얼굴이 밝아질 일이 많아졌다. 굳이 시간을 내서 그런 일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내가 해왔던 일과의 작은 찰나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유연한 여유가 스며들었다. 자전거 타고 가는 길에 날씨가 좋으면 하늘 바라보며 미소, 길을 물어보는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미소, 내가 하는 일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미소... 그렇게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그리고 나의 작은 행동들에게 조금씩 미소를 지어주니 하루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런 시간들이 점차 쌓일수록 나의 오늘을 스스로 존중해 주는 법도 알게 되었다. 매일 단 한 번이라도 괜찮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입꼬리를 힘껏 올려 미소를 지어주자. 오늘의 나는 충분히 그 정도의 자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