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덕수고등학교에서는 창의독후감대회가 열렸습니다. ‘책, 사람 그리고 나와 마주하기’라는 주제로, 정해진 책과 자유롭게 선정한 책을 읽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만난 작가 또는 인물들의 삶과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한 내용을 많은 이들 앞에서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생각하고, 도전하고,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아니 단 한 줄의 문장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도전을 주고 꿈을 심어 줄 수 있는지, 때로는 인생을 뒤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휴먼북’에 제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참 많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나의 생각과 발자취가 후배들에게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만한 것일까. 처음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나를 되돌아 보았을 때처럼 다시 한 번 제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용기를 내어 작년 11월 겨울, 너무나도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고, 지난 5월 15일에는 후배들과의 두 번째 만남을 위해 학교를 찾았습니다. 첫 만남은 너무나 떨렸고, 두 번째 만남은 너무도 설렜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절 기다리고 있던 후배들은 제 학생들이기도 했습니다. EBS 강의로 함께 웃고 울고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도 했던, 제가 너무 사랑했던 아이들이 이제 제 후배가 되어 제가 밟았던 교정을 거닐고, 제가 공부했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저의 영광으로 느껴졌습니다.
교사의 꿈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도전을 시작했는지, 얼마만큼 노력했고 또 어떻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던 내용의 해답이 담긴 페이지를 발견한 것처럼 긴 시간 눈을 빛내며 제 이야기를 들어 주었던 후배들의 모습이 지금도 제 안에는 에너지로 담겨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작가에게도 소중한 의미이겠죠. 책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어떻게 담을 것이지, 잘 담아내었는지. 저에게도 후배들과의 만남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후배들의 이야기와 질문들 속에서 20년 전의 새내기였던 ‘나’부터 가장 열정적이었던 지난 시간들의 제 모습들을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보다 가장 큰 감동과 힘을 얻은 사람은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두서 없이 풀어 놓았던 이야기의 더미 속에서 한 줄의 의미 있는 문장이라도 후배들에게 남았기를 바라봅니다. 부족한 저도 용기를 내 보았듯이, 마음을 울리는 명문이 담긴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성균관대학교의 휴먼라이브러리에 더욱 가득해지기를 기대합니다.